신기한 ETF 이야기
Chaewon Lim·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신기한 ETF 이야기
투자 세계에서 ETF(상장지수펀드)는 보통 '안전하고 지루한 분산투자 도구'로 여겨진다. S&P 500이나 나스닥 100처럼 시장 지수를 묵묵히 추종하는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극단에 서 있는 미국 금융 시장에는 대중의 고정관념을 비웃듯, 기발한 스토리와 독특한 내러티브로 무장한 이색 ETF들이 존재한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시장의 모순과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흥미로운 ETF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법을 만드는 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복사한다: NANC & KRUZ
- 티커: NANC (민주당 추종), KRUZ (공화당 추종)
- 내러티브: "정치인들의 합법적 내부 정보에 무임승차하라"
미국 국회의원들은 정책을 입안하고 규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대중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접한다. 2012년 제정된 STOCK Act에 따라 의원들과 그 가족들은 주식 거래 후 45일 이내에 이를 공시해야 한다.
NANC와 KRUZ는 이 공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의원들이 매수한 종목을 그대로 포트폴리오에 담는 액티브 ETF다.
- NANC (민주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일가의 투자 행적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엔비디아(NVDA),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빅테크와 친환경 에너지 비중이 높다.
- KRUZ (공화당): 화석연료, 국방/방산, 금융 등 전통적인 가치주와 규제 완화 수혜주에 집중한다.
대중의 냉소와 분노를 "그렇다면 우리도 똑같이 복사해서 돈을 벌자"는 유쾌한 투자 아이디어로 치환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2. 세상의 모든 '죄악'에 투자한다: BAD
- 티커: BAD (The BAD Investment ETF)
- 내러티브: "인간의 본능과 욕망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
최근 금융 시장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다. 하지만 BAD ETF는 이러한 도덕적 엄숙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이 펀드는 ESG 평가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이른바 **'죄악주(Sin Stocks)'**에 집중 투자한다.
- B (Betting): 카지노, 스포츠 배팅, 게임 산업
- A (Alcohol & Cannabis): 주류 및 합법적 대마초 산업
- D (Drugs): 제약 및 바이오테크 (인간의 질병과 고통을 치료하는 약물)
도덕적 올바름보다 철저한 수익과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베팅하는 이 ETF는, 경기 침체기에도 술, 담배, 도박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강력한 '안전마진'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3. 대중의 광기와 밈(Meme)을 추종한다: MEME
- 티커: MEME (Roundhill MEME ETF)
- 내러티브: "펀더멘털은 필요 없다, 오직 커뮤니티의 화력으로 승부한다"
전통적인 가치 투자는 기업의 재무제표, 현금흐름, 해자를 분석한다. 하지만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로 대변되는 개인 투자자들은 오직 '밈(Meme)'과 '숏 스퀴즈'의 광기만으로 주가를 폭등시키곤 했다.
MEME ETF는 이러한 대중의 광기를 계량화하여 포트폴리오로 만든 상품이다.
- 소셜 미디어(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종목들을 스크리닝한다.
- 공매도 비율(Short Interest)이 높아 조금만 매수세가 유입되어도 주가가 폭등할 수 있는 '숏 스퀴즈' 후보군을 선별한다.
- 펀더멘털 분석은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와 화력'에만 베팅한다.
변동성이 극도로 높아 장기 투자에는 부적합할 수 있지만, 현대 금융 시장이 더 이상 이성적인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상품이다.
아키텍트의 관점: 내러티브가 만드는 투자 기회
이 신기한 ETF들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이들은 시장의 비효율성과 왜곡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훌륭한 거울이다.
- 정치인 추종(NANC):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려는 시도
- 죄악주(BAD): 과도한 도덕적 규제로 인해 저평가된 자산의 발굴
- 밈 주식(MEME): 유동성과 대중 심리가 만드는 새로운 수급 법칙
결국 투자는 숫자로 시작해 **'사람들의 믿음(내러티브)'**으로 완성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독특한 스토리 뒤에 숨겨진 구조적 기회를 포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초과수익(Alpha)을 만드는 첫걸음이다.